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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7 17:03

'해태타이거즈와 김대중' 기획 뒷이야기(2)

국내물 기획에서 마땅한 저자를 찾지 못하면 그것은 아직 시작조차 않은 것과 같다. 김현석 감독을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첫번째 루트가 차단되자 나는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기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사 속에서 '유씨어터(유인촌 문화부장관이 대표로 있던)'에서 2009년 봄 '음악극'을 시리즈로 공연하는데 그중 김현석 감독도 한 작품을 맡는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래서 유씨어터에 전화를 해볼까하고 생각하던 참에, 아니지. 주변 인물 중에 연락이 닿을 만한 인맥을 더 찾아보자, 생각했고 EBS <시네마천국> 피디를 맡고 있는 친구녀석이 떠올랐다.
바로 연락해서 술약속을 잡았다.

오랜만에 만난터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참에, 나의 기획물 <해태타이거즈와 김대중>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녀석의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 물론 그녀석도 전주가 고향인지라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해태타이거즈를 품고 있었으리라. 그리고 김현석 감독을 필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니, "내가 소개해줄게!" 친한 건 아니지만 몇 번 만난 적 있고 선배 PD와 절친한 사이란다! 게다가 그 선배 PD가 김현석 감독의 영화 <스카우트>의 각본에도 깊이 개입했다는!


영화 <스카우트>의 한 장면.

그 다음날 나는 친구에게 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고 그의 오피스텔 앞에서 만났다. 나는 이때 고히 간직하고 있던 김성한의 싸인볼을 '뇌물'로 삼아볼까 하고 챙겨갔다. 저도 감독님 못지 않은 타이거즈 팬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는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해태 타이거즈의 김성한 역에 카메오로 특별출연하기도 했으니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선물이리라.

그러나 그와의 만남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나의 기획배경과 가능한 목차를 열심히 설명했지만, 그리고 당신이야말로 최적임자임을 피력했지만 자신은 다음 영화 시나리오 작업과 현재 진행중인 음악극 준비 때문에 도저히 시간이 안난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야구와 관련된 콘텐츠는 당분간, 아니 어쩌면 영원히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야구영화만 3~4편 만들어오는 동안(물론 중간에 <광식이동생광태>를 만들기도 했다) 야구만 만드는 감독이라는 편견에 시달려야 했고 특히 <YMCA야구단>과 <스카우트>로 적잖은 손해를 본 것이다.

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쓸쓸히 오리궁둥이 김성한의 싸인볼을 힘없이 건넸다. 이미 가져온 걸 도로 가져가기도 뻘줌했다. 그러나 항상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의외의 성과란 것이 있는 법이다. 그는 "혹시 이 사람 연락해보는 건 어때요? 김은식이라고... <야구의 추억> 저자인데..." "네?"

나는 당장 서점으로 달려갔고 그의 책 <야구의 추억>을 꺼내보았다. 서점에서 서서 휘리릭 40~50페이지는 그냥 넘겨볼 만큼 흥미로웠다. "야구의 진짜 매력은 기록너머에 있다"는 카피가 나를 감동시켰다. 나는 그가 오마이뉴스에 꽤 오랫동안 야구선수에 관한 칼럼을 써온 것을 알고 무작정 오마이뉴스에 전화해 그의 연락처를 물어봤다. 이메일 주소이외에는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 바로 이메일로 글을 남겼다.

그로부터 2~3일 후쯤 연락이 왔고 나와 김은식 저자는 여의도의 한 커피집에서 만났다. 저자와의 만남이 이루어지면 50% 정도는 섭외에 성공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즉 그 기획안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니까. 물론 그가 해태 타이거즈의 팬이 아니라 삼미슈퍼스타즈의 팬이었다는 점은 약점이면서도 오히려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있으며 야구에 관한 한 검증된 필력과 스타일이 무엇보다 강점이었다.

그로부터 4개월 후 초고는 완성되었고 2번 정도의 목차 수정과 수정보완 집필을 거쳐 탈고를 마쳤다. 그리고 4월 20일 출간되었다. 물론 그 사이, 절판된 <야구의 추억>의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고 여러 기획안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법이다. 그러니 항상 어떤 가능성이 보이면 일단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설령 그 행동의 성과는 없을지 몰라도 다음 단계에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너무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 사람의 지혜와 노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 기획력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훌륭한 저자를 찾는 일, 그리고 그를 만나서 더 훌륭한 기획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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